단편/ 명조 호텔
일 년 전 듀나님의 미간행 SF '몰록'을 읽다가
소설 초반부에 나오는 명조호텔의 설명에 반해
명조호텔 1907-8호이라는 단편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이니
앞서 쓴 단편을 읽으셔도 좋고,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


만약 듀나님의 몰록을 읽고 싶으시다면
여기
로 가시면 됩니다.
물론 '몰록' 을 읽지 않으셔도 아래 소설을 읽는데 무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링크하면서 다시 보니
듀나님의 명조호텔과 저의 명조호텔은 조금 다르군요.
제가 상상한 명조호텔은
듀나님이 표현한 '구식 집단주의식 고층 건물' '콘크리드 덩어리'와는 조금 다른,
19세기 말 호텔의 분위기가 유령처럼 남아있는 장식적이고 퇴락한 석조 건물입니다.

그럼,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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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명조 호텔 공사 현장에서 돌아가셨다. 당시 명조 호텔은 의천에서 가장 크고 호화
로운 건물이었다. 아버지는 옥상에 '명조호텔'이라는 청동 글자판를 달아놓으려다가 추락사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불법이민자였고 아무도 아버지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았다. 용역 회사는 아버지가
근무한 기록조차 없다고 발뺌했다. 어머니는 명조호텔의 청동 간판을 보지 않으려 했다. 그것은
막 의천에 도착한 어린 어머니의 미래를 아버지의 몸과 함께 깨뜨려 버린 괴물이었다. 그러나 명조
호텔은 너무 거대했고 의천 중심가에서 호텔 옥상의 그 선명한 글자판을 보지 않기란 어려웠다. 결국 어머니는 지하로 숨어들었고, 지하의 도박장들을 만나게 되었고, 도박중독자가 되어 사라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명조호텔 지하의 도박장이었다는 것이다. 하긴
건물 안에서 옥상의 글자가 보일 리 만무하니 딱히 논리적으로 안 맞는 것은 아니다.


명조호텔에 대화재가 난 이후 나는 그 곳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화재 이후 방치된 호텔은 불법 체류자, 약물 중독자, 조무래기 범죄자들이 서식하는 거대한 쓰레기통이 되었다. 당시 나는 공장에서
부품을 훔쳐내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장물들을 손쉽게 처분할 수 있는 곳이 명조호텔 2층의 암시장이었던 것이다.
"얼마 받았어?"
"얼마 못 받았어. 20 의천 루불이 전부야. 씨X. 그나마도 안 사겠다고 하는 걸 억지로 떠맡긴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지난번에는 이클 재료가 필요하다고 갖고 오면 잘 쳐준다 했잖아."
"젠장. 내 말이. 얼마 전에 누가 한 트럭을 털어가지고 왔다고 충분하다나."
"너무한다. 다른 곳에 가지 그랬어"
"게다가 신소재 이클이 곧 나온대. 딴데 가도 어차피 좋은 값 못 받을 거 같아서 그냥 넘겼지"
"속상해. 너가 얼마나 고생해서 가져온 건데. 까닥하면 잡힐 뻔했잖아"
"에이, 그럴 때도 있는 거지. 됐어. 돈도 생겼고 그냥 놀러가자"
"갚을 돈 아직 남아 있지 않아?"
리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빼고 놀면 되지. 오랫만에 맛있는 것도 먹고."
나는 리나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리나는 몇 주 전 러시아구 폐공장에서 주운 아이였다. 바닥이 꺼
진 공장 구석에 숨어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리나의 가느다란 갈색 머리카락이 좋았다.
"어디 가고 싶어?"
"음... 그럼 하루에 홀"
"뭐?"
"싫어?"
"얼마전에는 화재 나지 않았어?"
"화재가 난 곳은 반대 쪽이야. 서쪽출구였어"
"어쨌든. 거긴 왜? 지저분하기만 하지. 술 맛도 별로잖아."
"난 좋더라. 거기다 오늘 '그 크고 검은 눈' 공연이 있대."
"엑. 그 거지같은 자식들이 넌 뭐가 좋냐"
"질투해?"
"무슨 소리야. 그래, 가자"
하루에 홀은 명조호텔 지하에 있었다. 지저분하고 술 맛도 별로라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요즘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오늘도 꽤 많은 사람들이 그 곳
을 채우고 있었다. 그 중 일부는 '그 크고 검은 눈' 의 팬들로 보였다. 나에게 그들의 공연은 발작
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리나에겐 아닌듯 했다. 몇마디 말을 걸어보려 해도 리나는 이미 공연
에 빠져 정신이 없었다. 오히려 무대 앞으로 가까이 가서 그들을 보자고 했다. 거절하니, 리나는 내
볼에 입맞추고 자기 혼자 빠져나갔다.

나는 재미없는 기분으로 껍질만 있는 듯한 생선 프라이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때 키큰 그림자
가 덜그럭거리며 내가 앉은 긴 탁자 옆 자리에 앉았다.
"어, 너, 전에 혹시 만난 적 있지 않아?"
나는 포크를 손에 쥔 채 얼어붙었다. 느리게 고개를 돌렸다. 남자의 얼굴에 시선이 가 닿는 순간
가까스로 머리를 흔들었다. 남자는 심상하게 말을 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모르겠는데요."
나는 가능한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쪽을 향해 걸어갔다. 입에 남은 생선프라이의 맛
이 역했다.
"리나, 집에 가자."
"왜? 이제 막 시작인데."
"어쨌든 난 가고 싶어."
"아, 정말 제 멋대로야. 몰라, 가고 싶으면 혼자 가."
리나는 몸을 휙 돌려 가버렸다. 나는 혼자 홀을 빠져나왔다. 넓고 지저분한 복도 중앙에는 어수선
한 옷차림을 한 십대들이 시끄럽게 오가고 있었고, 구석에는 두어명의 약물 중독자들이 초점없는
눈을 한채 드러누워 있었다. 어서 이 곳을 벗어나야 해, 라는 말을 되뇌이며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막상 호텔 현관에 다다랐을 때 나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갈 곳이 없었다. 호
텔 안이든 밖의 거리든 똑같이 낡고 더러웠다. 행인들은 흐릿한 눈빛으로 걸어다니고 있었다. 게다
가 밖에는 이른 진눈깨비까지 퍼붓고 있었다. 적어도 호텔 안에 있으면 비바람을 피할 수는 있었다. 더께가 잔뜩 낀 회전문을 바라보며 나는 조금 오래 서 있었던 것 같다.
"길 막고 뭐해요, 안 나가요?"
짜증 섞인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몸을 비켰다. 그리고도 한참동안 호텔 로비 안을 빙빙 돌았다.아직 예스러운 장식 몇 개가 붙어 있는 프론트 테이블의 잔해를 지나, 돌 바닥에 파인 홈을 건너
뛰고, 몇 년째 녹슬어 있는 석탄 난로를 발로 몇 번 차다가, 나는 결국 천천히 중앙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리나와 만난 이후 나는 노숙 생활을 접고 명조호텔에서 거주하기 시작했다. 리나는 거리의 아이가
아니었다. 손가락은 부드러웠으며 옷에는 해진 곳이 없었다. 나를 만나기 이틀 전까지, 적어도 범죄자는 아닌 가족들 속에서 더럽지는 않은 이불을 덮고 잠들던 아이였다. 나는 리나에게 집 비슷한 것을 주고 싶었다.
5층 주거 구역이 시작되는 철문 앞에 다다르자 지영철이 옆의 창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돈은?"
나는 아무 말 없이 사흘치 방세를 건넸다. 지영철은 5층 주거 구역을 관리하며 철문 옆 쪽방에서
살고 있는 남자였다. 관리라고는 하지만, 그가 하는 유일한 일은 매일의 방세를 걷는 것 뿐이었다.
나는 어서 들어가고 싶었지만 녹슨 철문은 언제나처럼 잘 열리지 않았다.
"아이씨. 이 문 왜 맨날 닫아놔? 보지만 말고 좀 도와."
"열어두면 춥다고 시끄럽게 굴 거면서. 뭐, 힘 세네. "
간신히 문을 밀어 열고 어두운 복도를 걸어 방에 도착했다. 간이벽을 세워 만든 좁은 방이었다.
천장과 바닥에는 십 년 전 화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리나를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었다.

리나가 들어오는 소리에 설핏 깨었다. 인사를 할까 했지만 다시 혼몽함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세면대의 철퍽이는 물소리와 함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을 때 잠이 완전히 달아나버렸다. 리나,
리나가 울고 있다. 왜?
잠시후 리나가 침대 속으로 들어왔다
"리나?"
"응."
"늦었네."
"응."
"술 마셨어?"
"심심해서 맥주 사 먹었어."
일을 마치고 늦게 들어오면 리나에게서 이렇게 술 냄새가 날 때가 있었다. 그 때마다 리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심심해서 혼자 맥주 사서 먹었어. 그러지 말라고 가볍게 나무라고 넘어가곤 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오늘 리나에게 돈은 한푼도 없었다.
"돈도 없는데 어떻게 혼자 먹어?"
"언제 혼자 먹었대? 누가 사줬어."
"모르는 사람이 사준다고 그냥 먹어?"
"모르는 사람 아니야. '그 크고 검은 눈' 멤버들이야."
"뭐, 그 사람들? 좋았겠네."
"응."
리나 머리 밑으로 팔베게 해주고 있던 손을 확 빼버렸다.
"야, 너 솔직히 말해. 무슨 일 있었어?"
어두워서 리나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 '그 크고 검은 눈' 멤버들이랑 술 마셨으면 너 지금쯤 좋아서 팔짝팔짝 뛰고 있어야 해.
그런데 지금 뭐야?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야."
"너가 피곤할 게 뭐 있어?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했잖아."
리나는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그래, 나 아무 것도 한 일 없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너한테 얹혀 살아.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
구? 나라고 이러고 싶은 줄 알아? 나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 언제까지 언제까지."
리나는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나는 위로에 서툴렀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몇번 중얼거리다가
그냥 등을 돌려 누워버렸다.


일 주일이 지난 저녁 나는 하루에 홀 사무실 뒷문 앞에 서 있었다. 구식 아라베스크 문양이 새겨진
육중한 나무문이었다. 보기와 다르게 꽤 부드럽게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손잡
이에 손이 가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가짜 공작석 테이블 위에 놓여진 밀랍 꽃다발이 보였다.
나는 아직 망가지지 않은 꽃잎의 수를 세었다. 하나 둘 셋....여섯.
그때 문이 열렸다.
"왔어?"
"네, 오늘은 필요없나요?"
"글쎄, 일단 들어와서 기다릴래?"
언제나처럼 나를 아래 위로 흩어 본 후 파오는 혀를 찼다.
"대체 옷차림 하곤."
"치마 같은 거 없는 거 알잖아. 줘요."
파오는 안쪽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뒤졌다.
"나 같은 사람도 없을 거다. 옷도 빌려주지 화장품도 빌려주지..."
"대신 값싸게 부리잖아."
"흠. 돈이 문제라면 말야, 너 도둑질 그만 하고 아예 여기 전속으로 뛰지 않을래? 그럼 지금보단
꽤 짭짤할 텐데. 지난 번에도 딱 너 찝어서 찾는 손님 있었다구. "
"아씨, 전에 싫다고 했잖아. 왜 자꾸 시끄럽게 해. "
옷더미를 안고 온 파오가 머리통을 때렸다.
"자식. 말 좀 예쁘게 해라."
"자리 들어가면 예쁘게 해요. 그걸로 된 거야."
나는 파오를 노려보며 소파에 던져진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래, 넌 완전히 변신하지. 진짜 신기하단 말야."
나는 아무 말 없이 짧은 치마 속에 다리를 밀어넣었다.
그때 뒤에서 웃음 소리가 들렸다.
"얘 재미있네."
돌아보니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대략 30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잘 세팅한
머리에, 회색 재킷 위에는 보랏빛 보석이 박힌 브로치가 반짝였다.
"이런 선머슴이 손님 앞에서는 변신한다고?"
"아, 말도 마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 애교 있고 사근사근하고, 깜짝 놀랐다니까."
"그럼 기본 연기력은 된다는 거고... 하기 싫어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여기 있는 것을 봐서는 돈이
다급하다는 거고.."
여자는 감정하듯 나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오늘 일 하지 말고 나랑 이야기 좀 할래?"
"오늘 당장 돈이 필요해요."
"무슨 돈?"
"방세. 닷새 이상 밀리면 바로 쫓겨나. "
"어디서 사는데?"
나는 위층을 가리켰다.
"그건 내가 줄게. 일단 나가서 이야기하자."
나는 갈아신던 하이힐을 다시 벗었다.


두 시간 후 나는 5층 내 방문을 열고 있었다. 방은 비어 있었다. 잠깐 산책하러 나갔거나 일을 찾
으러 갔으리라고 생각했다. 리나가 산책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사납고 제대로 된 일을 찾기에는 너
무 늦은 시간이라는 사실은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리나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초조해져서 방안을 빙빙 돌았다.
처음 리나는 나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 보였다.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말
할 때의 미소를 기억한다. 나는 그 웃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버릴 수 있었다 - 국가든 종교든
가족이든 돈이든. 그러나 나는 사실 그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폐공장에서 부품을 훔치는 것
으로 혼자 거리에서 살 수는 있었지만 두 명이 먹고 자기에는 부족했다.
방 안을 맴도는 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한 발을 내딛으면 리나가 나를 버리고 어디론가 가 버렸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발을 내딛으면 어두운 길에 나쁜 일이라도 당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 견딜 수 없어졌을 때 나는 옷을 챙겨입고 방 밖으로 리나를 찾아나섰다.
5층 주거구역 입구를 닫고 있는 철문을 열었을 때 문에 기대있던 무언가가 신발 위로 툭 쓰러졌다.
"리나!"
넘어진 리나를 일으켜 세우는데 술냄새가 휙 올라왔다.
"아...저... 미안해요. 문이 안 열려서, 집이 여기라고 해서..."
고개를 들어보니 야하게 차려입은 어떤 여자가 어두운 복도 벽에 기대 서 있었다. 나는 그 여자와
함께 리나를 질질 끌고가 침대에 눕혔다. 리나의 얼굴은 물에 번진 마스카라로 얼룩져 있었다.
우리는 어떠한 화장품도 갖고 있지 않았다. 어찌된 일이냐고 묻기 위해 같이 온 여자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다. 바로 지난 주 하루에 홀 사무실 뒷방에서 나와 같이 앉아있던 여자였다. 그녀가 토하고 있던 것을 도와주어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여자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저어, 오늘 손님들이 별로 질이 좋지 않아서, 너무 많이 먹이더라구요, 아직 어린 애인데, 걱정이
되서..."
그녀가 돌아간 후 나는 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울었다.


처음으로 리나에게 손찌검을 했다.
"왜 그랬어?"
"어제가 처음이었어."
"왜 그랬냐고 묻잖아!"
"돈이 필요했어."
"무슨 돈? 내가 가져오면 되잖아. 왜 네가 그런 일을 해!"
"그걸로 뭘 어떻게 한다고? 매일 방세 내고 상납하고 나면 끝이잖아. 그것도 제때 못 마련해서 전전긍긍하고. 이렇게 하루살이처럼 살아서 무슨 미래가 있어?"
"그래서 그딴 일 했다고? 너 천치냐? 이 일에 어떤 미래가 있을 거 같아?
"잘난 척 하지마. 앞으로도 계속 할 거야. 너도 어차피 하고 있는 일이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 리나는 놀라 소리를 질렀다. 리나는 맞고 싶지 않아 집을 나왔다고 했
다. 리나의 눈이 믿기지 않을 만큼 커진 채 흔들렸다.
나는 사과에도 서툴렀다. 그냥 방을 뛰쳐나와 아래 층으로 달려내려갔다. 그리고 처음 눈에 띈 공중전화를 들고 제안한 일을 맡겠다고 했다.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아."
정장한 여자는 깔끔한 어조로 말했다.
"내키지 않는다면, 더 쉬운 것도 있어."
"그건 뭔데요."
"나랑 자는 것."
"집어치워요."
여자는 잠깐 웃은 후 말을 이었다.
"원래 더 중요한 일을 시키려고 했어. 하지만 그건 다음으로 넘길게. 이번 일을 잘 한다면 계속
같이 일할 생각이야. 돈은 당연히 넉넉히 줄거고."
여자는 스푼을 들어 찻잔 안을 저었다. 여자와 목소리와 비슷한 느낌의 차였다. 잔향이 없는, 냉정
하리만큼 깔끔한 맛이었다.
"여기 명조호텔에 살고 있다고 했지? 여기 지리 잘 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어요."
"하긴 여긴 너무 넓지. 오래 산 사람들도 잘 몰라. "
여자는 도면을 하나 꺼냈다.
"이층 암시장은 잘 안다 했지? 서쪽 날개 C구역에 악기점 골목 아니?"
나는 설계도를 대강 손으로 짚으며 위치를 확인했다. 일은 간단한 물건 배달이었다.
"키 큰 베트남 남자야. 한쪽 귀가 없어서 알아보기 쉬울 거야. 그 남자가 소포를 풀어보는 것까지
확인하고 와. 단 경고하는데, 너무 가까이에서 보지는 마. 그리고 다시 돌아와 보고하렴."


사십 분 후 나는 여자가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늦었네. 안 오는 줄 알았다."
"씻고 오느라 그랬어요. 몸에 다 튀어서"
여자는 풋 하고 웃었다.
"대담하네.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어."
여자는 내 머리카락에 손을 올렸다.
"아직도 여기 뭔가 붙어 있어. 뇌수 조각인가?"
나는 여자 손을 뿌리치고 머리카락을 탈탈 털었다.
"어떻게 되었어?"
"머리 부분이 다 터져나갔어요. 그냥 내버려두고 나왔지요."
"잘했어.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치울 거야."
"이게 끝인가요?"
"놀라지는 않았어?"
"물론 놀랐지요."
"계속 같이 일할 생각 있어?"
".... 생각해볼게요."
여자는 나에게 돈을 쥐어주며 내 손을 가볍게 잡았다.
"연락 기다릴게."
방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다시 한 번 속을 게웠다. 눈 앞에서 사람이 부서지는 것
은 처음 보았다. 그 배달은 나를 고용할 것인지에 대한 시험이었던 듯 했다.


"리나, 미안해."
리나는 잠들어 있었다. 울어 부은 듯한 눈가가 붉었다. 여자에게 전화를 걸고 밤이 이슥해질 때까지 거리를 헤매다 온 참이었다.
"리나, 걱정하지 마. 다신 안 그럴께. 안 그러도록 할게. 나 돈 벌거야. 다신 너 그런 일 안 하도
록 할거야. 리나. 미안해. 용서해줘."
리나는 새근거리며 자고 있었다. 많이 피곤했던 듯 했다. 나는 리나의 볼을 만지려다가 손을 내렸다. 손자국이 선명한 작은 얼굴 옆에 수면제 봉지가 보였다. 나도 그 약을 삼키고 침대 구석에 쪼그려
누운 채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정오였다. 리나는 방에 없었다. 리나가 가져왔던 유일한 물건이었던
낡은 손지갑도 코트도 없었다. 세면대 거울에 붉은 비누 조각을 눌러쓴 삐뚤빼둘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
나는 거울을 지우지 않고 한참을 쳐다보았다.
여자가 말한 금액은 2만 의천루불이었다. 그 정도라면 이 곳을 떠나기에 충분한 돈이었다. 일을
마치고 돈을 손에 넣으면 리나를 찾아갈 것이다. 리나의 집이 어디인지는 들은 적이 있었다. 함께
의천을, 명조호텔을 날 것이다. 리나의 손을 잡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여자는 전과 똑같이 말했다.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아."
그리고 예의 건물 도면을 꺼냈다.
"눈치챘겠지만, 이건 명조호텔이 아직 고급 호텔이었을 때의 지도야. 대화재 후 제대로 복구하지 않고 새로 방과 복도들을 내어서 원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어. 이 도면을 보충시켜 줘. 아, 물론 전
문적인 것은 원하지 않아. 이 벽이 지금은 없어졌다, 이런 부분만 엑스표시를 하고 약도 수준으로
덧붙이면 돼. 우선 지하 일층에서 지상 이층까지만. "
"절 믿나요? 건물 안을 돌아다니지 않고, 대강대강 그릴 수도 있잖아요".
"대강 하면 눈치 못 챌 것 같니? 난 너보다 명조호텔을 잘 알아."
말을 이으며 여자는 서랍에서 박스를 꺼냈다.
"하지만 확실히 하는 편이 좋겠지. 너가 지나간 곳에 표시를 남겨줘. 위치는 여기여기 붉은 펜으로
표시한 자리들이야."
여자는 손으로 설계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벽 아래쪽 파이프에 이 끈로 달아두면 돼"
박스 안에는 동전 크기만한 하얀 버튼들이 가득했다.
"너가 제대로 붙이지 않는다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어. 여기에서 이 버튼들을 감지할 수 있으니까."
"만약 체크된 장소가 내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면?"
"여기 표시된 곳은 중앙 복도처럼 공개된 장소야.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면 나중에 와서 말해.
감안해 줄테니까. 혹시 사람들이 뭐하냐고 묻는다면, 물론 그럴 사람도 없겠지만, 살충제를 놓고
있는 중이라는 식으로 적당히 대꾸하고."
어차피 나는 그녀의 이름도 이 일의 목적도 몰랐기에 사실대로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여기 선불금. 모레 저녁까지 일을 마치면 바로 나머지를 줄게."
"할 일은 이게 전부인가요?"
"전부야."
"일에 비해 페이가 많군요."
"알다시피 난 너가 마음에 들어."
나는 여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겨우 이런 일 시키려고 그런 시험을 치르게 했나요?"
"난 다른 일을 시키고 싶었어. 하지만 윗분들이 동의하지 않더라."
여자의 얼굴 위로 잠깐 이상한 표정이 스쳐갔다. 그러나 그 표정은 빠르게 사라지고 곧 평소처럼 차분한 미소를 띈 얼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 일은 아니야. 잘 해낸다면 계속 다른 일을 줄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 여자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명조호텔을 떠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알았어요. 바로 시작하죠."
나는 방문을 닫으려다가 그 여자를 한 번 돌아보았다. 좀 전에 잠시 스쳐갔던 미묘한 표정이 여자의 얼굴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복도를 잠시 걸어가다가 그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녀가 억누르고 있었던 감정은 안타까운 슬픔이었다. 나는 그런 표정을 종종 거울에서 보곤 했다.


저녁에 일을 보고하러 갔다. 명조호텔은 생각보다 너무 넓고 복잡했다. 하루 내내 걸어다녔음에도
삼 분의 일도 채 완성하지 못했다.
"여기는 완전히 미로예요. 이쯤에서 벽이 나올 거라 생각하고 걸으면 통로가 나오고 통로가 나올 거라 예상하면 벽이 나와요.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네요."
"제대로 했을 거라 믿어."
그녀는 내 어깨를 두들겼다.
"수고했어. 차라도 한 잔 사줄까?"
"그 다음에 침대로 끌고 갈 속셈은 아니구요?"
"들켰네."
그녀는 웃었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십여 분 쯤 달려 도착한 곳은 벽을 메운 푸른 형광물질이 빛을 발하는 클럽이었다. 명조호텔이라면 먼지낀 가짜 백합이 세워져 있을 벽 모퉁이에는 두 개의 플라스틱 막대가 교차되는 신식 조형물이 놓여 있었다.
"어떤 거 좋아하니."
"그냥 맥주 주세요."
대에서는 현대 무용 영상과 함께 하는 쇼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그다지 말이 없었고 나도 그랬다. 나는 돈이 생기면 리나에게 주고 싶었던 것들을 생각했다. "몇 살이라 그랬지?"
"열 일곱이요."
"어리네."
"별로 그렇지도 않아요."
"명조호텔 살기 괜찮아?"
"지긋지긋해요."
"그래?"
나는 조금 술에 취해 있었다.
"거기서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는 실종되고 애인은 떠나고 나는 싫은 일을 해야 했지요."
"저런."
"그냥 무너져 버렸으면 좋겠어요"
"아."
"산산조각이 나서 완전히."
"곧 그렇게 될꺼야."
"고마와요."
고개를 숙여 인사하려다가 균형을 잃고 여자 쪽으로 슬쩍 쓰러져 버렸다.
"취했니?"
"네. 조금"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근처의 다른 호텔로 가서 함께 잤다. 별로 재미는 없었다.


다음 날도 나는 열심히 일했다. 몸이 피로해지면 빈 방을 오래 의식하지 않고 잠들 수 있어 좋았다. 삼 일 째 되던 날 아침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나는 침대에서 튕겨 나오듯 달려가
방문을 열어젖혔다. 하지만 그곳에 서 있는 것은 기대했던 사람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예요?"
나는 실망한 표정을 감추기 위해 얼굴을 두 손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어제 전달한 지시 사항에 변동이 생겨서."
여자는 사무적인 말투로 말을 했다. 평소 얼굴에 그림처럼 드리워져 있던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오늘 일 마친 다음에 마지막 버튼을 눌러서 연락하라고 했었지?"
마지막 버튼은 다른 것보다 조금 크고 무거웠다. 이리저리 돌려 덮개를 연 다음 비밀번호를 눌러
신호를 보내라고 말했었다.
"조작 방법 기억하고 있어?"
"네, 좀 복잡했지만"
"그거 잊어버려. 버튼으로 연락하지 말고 내게 전화부터 해. 가능한 빨리. 일도 되도록 빨리 끝내고" "그러죠."
"적어도 네 시 전까지는 전화하도록 해. 반드시야."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사라졌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왔다. 리나가 아닌 것이 실망스러웠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오늘 돈을 받으면 바로 리나를 찾아갈 것이다.

"끝났어요"
호텔 서쪽 라운지에 있는 공중전화였다. 밖에는 막 빗방울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먼지 낀 유리창에
짧고 지저분한 물길이 생겨나는 것을 무심히 바라보며 나는 작업 완료를 알렸다.
- 그러면 지금 바로 나와. 가능한 명조호텔에서 멀리 떨어져. 알았지?
"네?"
- 다섯 시까지 명조호텔 근처에서 얼씬거리지 마. 절대로."
유달리 간곡한 여자의 말투 때문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시험삼아 거짓말을 했다.
"안 돼요. 오늘 여기서 바로 다섯 시에 약속이 있어요."
- 안 돼.
"왜지요?"
-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야.
"오늘 명조호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
- 어쨌든 나는 경고했어.
내게 이 일을 맡길 때의 여자의 표정, 아침에 갑자기 바뀐 지시 사항들이 갑자기 선명하게 도드라져 떠올랐다. 머리 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약도를 그리는 일은 처음부터 수상했다. 내가 만든 이런 부실한 지도를 필요로 할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제 밤 내가 명조호텔이 무너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때, 곧 그렇게 될 거라고 대답했지요. 혹시
내가 붙인 버튼"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폭탄인가요? 명조호텔을 철거하려고?"
-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 마지막 버튼 사실은 폭탄 스위치였죠? 원래는 비밀번호를 누르자마자 나도 같이 날아가는 거고, 그렇게 입 막으려고 했던 거 같은데.
- ....
" 만약 내가 조작에 서툴러 해내지 못한다면 여섯시에 자동폭파, 맞지요?"
-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경찰에 알려봐야 별 소용없을 거야. 오히려 너만 위험해져."
"알고 있어요."
여자와 같이 잠을 잔 날, 나는 여자의 코트 주머니 속에 있던 고위 공무원 신분증을 보았다. 그래,
의천의 골칫거리였던 명조호텔의 폭파철거는 시의 높은 사람들과 이미 이야기 된 것이리라. 일일이 보상금을 주고 내보낼 수도 없는 수많은 불법 거주민들, 명조호텔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조무래기 범죄자들을 한번에 간단하게 날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그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상관 안 해요. 알잖아. 나는 이 곳을 싫어해요."
- 어쨌든 그곳에서 빨리 나와.
"내가 받기로 한 돈은?"
- 줄게. 아홉 시에 시립 극장 입구에서 만나."
나는 전화를 끊었다. 어느새 밖에는 날이 어두워 보일 만큼 비가 퍼붓고 있었다. 폭우 사이 간신히
보이는 창 너머 시계탑은 네 시를 막 알리고 있었다.
마취된 듯 몸의 감각이 둔하게 느껴졌다.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느끼고 싶지 않았다.
신발 아래 해진 카펫조각이 꿈틀거리듯 발목을 잡았다. 비틀거리는 나와 부딪친 남자가 욕설을 내뱉고 가버렸다. 나는 대답처럼 히스테릭한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 명조호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다고 발작처럼 웃으며 중얼거렸다. 나는 늘 이 곳을
증오했다. 전에 그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 뚜렷히 알 수 있었다.
엄마, 나는 십 년 만에 그 단어를 불러보았다. 엄마. 엄마가 저주했던 명조호텔이 이제 곧 사라질 거예요. 기쁘죠?
방으로 올라가 짐을 꾸리기로 했다. 딱히 중요한 물건은 없었지만 적어도 여자에게서 받은 선불금은 챙겨야 했다.


방문을 열자 숨이 턱 막혔다. 낯선 트렁크 하나가 침대 옆에 놓여 있었다. 트렁크에 달려들어 뚜껑을여니 익숙한 리나의 스웨터가 보였다. 들어와서 세수를 했었는지 세면대 옆에 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나는 복도를 달려 철문 옆의 창문을 두들겼다. 다행히 지영철이 여자친구와 함께 있었다.
"지영철! 어서 창문 열어!"
그는 귀찮은 표정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왜 이래?"
"리나. 리나 왔어?"
"뭐야. 그것 때문에 그래?"
"어서 말해!"
"어, 아까 이십 분 쯤 전에 너 찾더라."
"언제라고?"
"좀 전에."
"어디 갔는지 알아?"
"글쎄."
"밖으로 나가는 거 같았어?"
"내가 어떻게 알아."
지영철은 다시 창문을 닫으려고 했다. 나는 창문틀을 붙잡고 늘어졌다.
"제발, 제발 부탁이야. 호텔 밖으로 나갔는지만 말해줘."
지영철의 여자친구가 대신 말했다.
"아마 그건 아닐 거예요. 우산도 없는데 비 오기 전에 도착해서 다행이라고 했으니까."
"그럼 지금 어디 있을까요?"
"아, 진짜.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 호텔 안 어디에 있겠지."

창문이 탁 하고 닫혔다. 어지러워 벽을 짚고 섰다. 땅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리나. 리나를 찾
아야 했다. 하지만 어디서? 명조 호텔은 너무 넓고 거대했다. 칠층 전당포에서 돈을 맡기고 있을 지
도 모르고 지하 클럽을 기웃거리고 있을 지도 모르고 이층 암시장에서 식료품을 사고 있을지도 모르고, 아,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호텔 밖으로 나갔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리나는 비를 싫어했다. 처음 만났던 날도 안개비를 피해 공장으로 숨어 들었다 했다.
그 밤, 리나의 머리칼에서 흘러내리던 가는 물방울이 밖의 가로등빛을 받아 빛나던 장면은 언제나
내 안에서 선명했다. 겁 먹은 리나가 내가 내민 손을 조심스레 잡았을 때 나는 처음으로 자신 외에
돌보고 싶은 것을 만났다고 느꼈다. 나는 언제나 가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밤, 나를 믿고 미소지
었던 리나의 안도한 표정만은 가지고 싶었다. 결국 우리는 명조호텔에 갇힌 채 서서히 상해갔지만,
그래도, 최초의 그 미소만은-

나는 내 뺨을 세게 때렸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여자는 쓸모없을 거라 했지만 일단 경찰에 신고전화를 넣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 한 번 해 볼 것이다. 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었다.내가 달아 두었던 버튼들을 모두 모아 길 건너편의 공원으로 옮겨 둔다면 명조호텔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사십 여 분 정도 남아 있었다. 아슬아슬하지만 빨리 움직인다면 가능성이 있었다. 나는 이 곳이 리나와 함께 사라지지 않게 할 것이다. 더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다. 나는 신발끈을 묶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내 생애 가장 빠른 속도로.




<이번 이야기 끝>



by 赤燐적린 | 2008/01/29 21:42 | Original Fiction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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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8/01/29 22:59
오랜만에 뵙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감상은 음... 뭐랄까
어딘지 모르게 코발트 블루 색이라고 느껴지네요
(뭔소리냐!! 라고 하시면 할말이 없습니다;;; 그냥 즉석에서 느껴진 감이라서;;)
Commented by 赤燐적린 at 2008/01/29 23:20
比良坂初音 / 와. 오랫만. 반갑습니다.

코발트블루라, 멋지군요.
Commented by 赤燐적린 at 2008/01/29 23:21
....올리고 나니 다르게 쓸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이야기가 끝난 시점부터 시작해서
명조호텔 내부를 질주하는 사이사이
과거 회상이 들어가는 형식으로요.

한 번 해볼까요?
Commented by 베지밀비 at 2008/01/31 02:23
오, 좋은 생각인걸요?
달리는 느낌과 함께.. 멋질 것 같아요.
쓰기 쉽지 않을 듯 하지만요 ^^;;;
Commented by 미놀리타 at 2009/11/01 01:20
이 아이 좋아요.
저까지 두근두근해 지네요.

종종 들려서 글 보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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