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출간된 레즈비언 소설들
이미지는 Annie on My Mind (번역제: 소녀, 소녀를 사랑하다) 1992년도판 표지
'한국에서 출간된 레즈비언 소설들' 이라는 제목을 걸고
외서 이미지를 끌어온 이유를 묻지 마세요;;



몇 주 전 교보문고에서 난감함을 느꼈습니다.

민음사에서 지넷 윈터슨의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가 번역되었지요. 이 블로그를 오래 보신 분은 알겠지만, 저는 이 작가의 팬입니다. 이 발랄한 입담의, 레즈비언 소녀 성장기를 당연히 샀어야 하지만-

이 책이 있는 서가로  갔을 때
이미 저는 윌리엄 버로스의 '퀴어' '정키' 
그리고 래드클리프 홀의 '고독의 우물' 2권
사라 워터스의 '벨벳 애무하기'를 사 들고 있었어요.
그리고 한 눈으로는 '소녀와 비밀의 부채'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지요!

이런, 전경린의 '엄마의 집'도 사야할 것 같습니다.
화자로 나오는 스무살 딸이  레즈비언으로 알고 있거든요.

참, 어셔우드의 '싱글맨'도
장 주네의 '도둑일기'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요 몇 년 새  퀴어문학들이 다다다 출간된 기분.
기뻐요. 후후


+ 오늘 여성이반 사이트에서
애인 선물 용으로  여성동성애 소설을 추천해달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덧붙여, 글쓴 분은 '소녀와 비밀의 부채'를 즐겁게 보았다면서
다른 책도 더 보고 싶다고, 다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단 리플을 살짝 수정하여 여기에 끌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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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번역된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도 레즈비언 소녀의 성장기죠.
이 작가의 '열정' '하룻밤만의 자유' '육체에 새겨지다' 등도 모두 레즈비언 소설로 볼 수 있어요.
저는 이 작가의 열혈팬입니다! 하지만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를 제외하고는, 취향을 조금 탈 수도 있겠어요. 서사구조와 스타일이 독특한 편이라.

음...'고독의 우물'은 애인에게 선물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어둑어둑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살짝. 한번 읽어보시기에는 추천합니다. 주인공을 레즈비언으로 보기보다 FTM 트랜스젠더로 보는 편이 정확해요.  

'제복의 처녀'의 후반부, 기숙학교에 들어간 주인공 소녀는 여교사를 사랑하게 됩니다. 
순수하고 비극적인 열정. 저는 이 책을 좋아하지만 애인 선물로는 어떨지..
 
'헨리와 준'은 헨리 밀러와 그의 아내 준을 둘다 사랑한 아나이스 닌의 일기입니다. 중간은 헨리와의 연애담이고 처음과 끝은 준이 장식하고 있지요. 아나이스가 준에게 바치는 글귀는 아름답습니다.

하루키의 '스프트니크의 연인들'에도 레즈비언 주인공들이 나오죠. 저는 이 책 그다지 안 좋아합니다...; 이성애자 남자작가가 쓴 티가 난달까.

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은 무.척. 사랑하는 책이지만
취향에 따라 갈릴 수 있는 책이라, 선듯 선물하기는 좀 버거워요. 지루하고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저는 선물용으로 '핑거스미스'와 '벨벳 애무하기'를 밀겠어요 :) 강추
흥미진진한 내용에 페이지가 화라락 넘어가죠.
무엇보다, 애인에게 주는 선물은 해피엔딩으로~!

'소녀, 소녀를 사랑하다' 역시 선물용으로 적절한, 로맨틱하고 참한 청소년 소설이지요.

'아쿠아마린'은 여자를 만날 사람은 역시 여자를 만나야 한다는 교훈을 은근히 전해줍니다.


+ 듀나의 '대리전'도 주요 주인공들이 모두 동성애자이지요. 자연스럽게 여자들의 연애 이야기가 나옵니다. 동시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SF이기도 하구요. 하긴, 듀나의 어떤 책에서도 이성애자 주인공은 드물지요. (있다 한들 남편이 곧 죽어버리거나..)  

'쉬즈마인' '비쳐보이는 그녀'는 인터넷 소설 입니다.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군요.
쉬즈마인 작가는 다른 이름으로 가벼운 이성애 로맨스 소설들을 쓰고 있습니다.

서영은의 '그녀의 여자'도 있지요. 주변에서 비추이기에 읽지 않았습니다.

전경린의 '엄마의 집'의 주인공도 레즈비언인 스무살 딸입니다. 아직 못 읽었어요.


+ 단편으로 넘어가면 :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 '열대야'라는 예쁘장한 단편이 있지요. 너무 짧고 예쁘장하기만 하지만.

야마다 에이미의 '풍장의 교실'에 실린 '나비의 전족'이 좋다는 추천을 많이 받았습니다.
절판이라 아쉬었는데, 얼마 전에 새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지요. 잊고 있었는데 - 어서 사야겠어요.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단편 '고모라를 향한 첫걸음' 이 저는 인상적이었고

버지니아 울프의 '슬리터리네 핀은 예리해'등 몇개의 단편에도 레즈비언 로맨스가 나오죠.

신경숙의 '딸기밭'과 다른 몇 개의 단편에도 여성 동성 로맨스가 슬쩍 보여요.

김영하의 '손'과 '거울에 대한 명상'에도 레즈비언 주인공이 나오는데, '손'은 상당히 좋아했던 단편이지만 '거울에 대한 명상'은 추천드리기 어렵습니다 -_-

오정희의 '완구점 여인'과 몇몇 단편도 레즈비언 소재를 다루고 있어요.

이남희의 중편 '플라스틱 섹스'도 있죠. 예전에 보았을 때 나쁘지 않았지만, 지금 보면 또 어떨까.

아, 배수아의 단편을 빼놓을 뻔 했군요. '훌'과... 그 외에도 슬쩍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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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덧글에 쓰지 않았지만
다른 분이 추천해주신 책으로 '엠 아이 블루?' 가 있습니다.
청소년 동성애 소설 모음집. 청소년 소설답게 풋풋합니다. 
마지막 단편 '거꾸로 추는 춤'은 정확히 백합입니다.

아사노 아츠코 '분홍빛 손톱'과 와타나베 준이치의 '빨간 귀걸이를 한 고양이'도 추천 들어왔습니다.


+ 저는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 중 적어도 두 권은 레즈비언이 나온다고 주장해요.
하나는 결말의 스포일러가 될 터이니 비밀이고,
하나는 '예고살인'!

추리소설로 가면 좀더 있군요. '신데렐라의 함정'도 그렇고....
다른 소설은 스포일러 우려가 있으니 비밀로 하겠습니다 


+ 하이텔 번역모임에서 번역한
'세계 여성 소설 걸작선'이라는 제목의 여성 SF 앤솔로지를 도서관에서 찾는다면
몇편의 레즈비언 단편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조안나 러스의 '그들이 돌아온다 해도'가 우선 기억나는군요.

'프라이드그린토마토'의 원작소설도 오래전에 번역되었다가 절판되었다고 합니다.
도서관에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빌리티스의 노래'도 오래전에 번역되었다 합니다. 어느 도서관엔가 있겠지요.


+ 저는 한강의 '여수의 사랑'에 레즈비언 서브텍스트가 선명하게 들어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 다시 보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어떤 분들은 도리스 레싱의 단편 '데비와 줄리'을 말하기도 하더군요. 저는 둘다 이성애자 같다고 생각하지만...

 밑바닥에서 질주하는 여성버디물인 '베즈 무아'에서 두 여성의 관계는 점점 더 레즈비언 로맨스에 가까워집니다. 

 아, 그러고 보니 카렌 두베의 '폭우'에도 레즈비언 캐릭터가 나오는군요. 주인공의 아내를 짝사랑하죠. 잔뜩 일그러진 그로테스크한 인물들 속에서 그나마 이 부치 캐릭터가 가장 긍정적으로 그려졌던 것 같아요.


+ 더 아시는 소설이 있다면, 리플 달아주세요 :)
by 타륜 | 2010/08/10 13:51 | 백합(L) - 문학 | 트랙백(2) | 덧글(42)
[일분소설] 나무책상
idele님이 주신 키워드 - 나무책상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앉은뱅이 책상을 만들어 준 적이 있다. 공사장에서 합판을 직접 가져와 만든 것이었다. 벽돌과 합판을 엇갈리게 하여 보기 좋은 책꽂이도 만들어 주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말했다. "자, 이건 네 거다." 그것이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좋은 기억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 나는 그와 같은 책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뭐야, 이거?" 소파에 앉아 TV를 보던 아버지가 걸어나와 묻는다. 아버지는 이제 거의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당신같은 사람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고 내가 소리쳤던 일도 그는 잊었다. 나는 잊지 않았다.

"아부지, 이거 뭐야?"
그는 때론 나를 형이나 아버지로 부른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마지막 니스칠을 한다. 내 나무 책상은 아버지가 부쉈다. 나는 그때 내 공간이 아버지의 집에서 없어졌다고 느꼈다.

"이거 뭐냐고?"
아버지는 재차 묻는다. 나는 두 발짝 뒤로 물러난다. 나무 책상은 꽤 멋진 호두 빛깔로 빛나고 있다. 나는 기대에 찬 늙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말한다.

"책상 갖고 싶었지? 자, 여기 네 거다."


by 타륜 | 2010/07/22 17:53 | 1분 소설 | 트랙백 | 덧글(0)
[일분소설] 비 오는 밤
idele님이 주신 키워드 - 비오는 밤



비가 쏟아지는 초여름밤이었다. 진영은 신촌의 시끄러운 술집에 몇몇 입사동기와 함께 있었다. 이 술집으로 온 이유는, 여기서는 어색한 대화를 애써 나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으며 맥주병만 몇 번 부딪치면 된다. 진영은 술집 안을 둘러보았다. 혼자 앉아있는 자그마한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문이 열릴 때마다 들어오는 사람들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깊이 파인 옷 사이로 보이는 등은 초조해 보였다. 일행을 기다리나 싶었지만, 조금 떨어진 자리의 외국인 남자가 그녀를 향해 미소지으며 병을 들어올리자, 그녀는 마주 건배한 후 그 자리로 가려 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원피스를 입은 긴 머리의 여자가 들어왔다. 외국인 남자는 활짝 웃으며 막 들어온 여자를 껴안았다. 어정쩡하게 서 있던 그녀는 몸을 돌렸다. 그때 진영은 그녀를 알아보았다. 진영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자리 옮기지 않을래?"
진영은 일행에게 제의했지만, 일행 중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다. 비가 내리고 있던 탓이다. 진영은 맥주를 서둘러 삼켰다. 잠시 뒤 화장실에 다녀오던 진영은 다시 그녀를 보았다. 두 명의 낯선 남자 옆으로 자리를 옮긴 그녀는 과장되게 웃고 있었지만, 대화는 그다지 잘 이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예전보다 나이든 뺨에 화장이 떠 보였다. 지난 날 진영은 몇 번이고 경탄에 차서 그 얼굴을 바라보곤 했다. 문득 진영은 강렬한 살의를 느꼈다.

비가 그쳤을 때, 남자들은 여전히 같은 테이블에 있었고, 그녀는 거기에 없었다.


by 타륜 | 2010/07/22 17:49 | 1분 소설 | 트랙백 | 덧글(1)
[1분소설] 그네
마리님이 주신 키워드 - 그네


그네가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 뛰어내려 땅 위에 제대로 서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같이 놀던 동갑내기에게서 들은 듯도 하고, 낯선 얼굴의 어른에게서 들은 듯도 하다. 해가 환히 비치던 학교 운동장이었을 지도 모르고, 안개가 서려 있던 강변 놀이터였는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아주 어릴 때의 일이라는 것이다. 어둡고 흐린 오후, 나는 몇 번이고 그네에 올라섰다. 팔다리는 까져 화끈거렸고 이마에도 상처가 났다. 그때의 통증과 하늘빛은 지금도 선명하다. 바쁜 부모 대신 날 맡아 키우던 이모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날 그네에서 떼어내던 것도 기억이 난다.

"무슨 소원이 그렇게 절실했어?"
"글세. 그냥 그 또래 애들다운 소원이었던 거 같아. 어쩌면 그냥 오기였을 지도 몰라."

나는 말을 흐린다. 아이다운 고집으로 나는 다음날에도 그네에 올랐다. 다친 손가락 위로 빗방울이 투둑 떨어졌다. 그리고 얼마 뒤 폭우 속에서 세 살 난 남동생이 실종되었다.


by 타륜 | 2010/07/22 17:42 | 1분 소설 | 트랙백 | 덧글(0)
[1분소설] 축복
마리님이 보내신 키워드 - 빨간구두


나의 발을 감싸고 있던 붉은 구두는 이제 없습니다. 나는 교회의 의자에 홀로 앉아 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선잠에서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리자 어두운 유리창에 텅 빈 얼굴이 비쳤습니다. 그 순간 성가의 한구절이 울려퍼졌습니다. 심야예배를 위한 성가대의 연습이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 이제 나는 여기서 달려나갈 수 없습니다. 이제 나는 더이상 먹지도 자지도 않고 춤을 출 수 없습니다.

"자매여, 무엇을 바래 오셨나요?"
아마도 목사인 듯한 남자가 몸을 숙여 나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입을 달싹였지만, 채 소리가 되지 않은 웅얼거림만 흘러나왔습니다.

"바란 대로 이루어지이다."
남자는 말하고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사람들은 심장이 터진 나의 시신을 교회당에서 발견합니다. 언젠가 내 몸이 완전히 썩어 사라진 무덤 위로 붉은 구도가 춤을 추며 지나가겠지요. 교회 건물이 붕과하고 이 마을조차 사라진 후에도 붉은 구두는 계속 아름다울 것입니다.
by 타륜 | 2010/07/22 17:38 | 1분 소설 | 트랙백 | 덧글(0)
장미성운

이미지 링크용으로 올린 김에, 풀어놓습니다.
아름다운-
by 타륜 | 2009/12/14 11:30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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